I know, money does matter

2022. 2. 8. 16:30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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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에서 서울로 이사를 왔다.
전날까지 실감이 안나 당일은 싱숭생숭 할 줄 알았는데 당일에도 난 그냥 아무생각이 없었다.
지금도 그리움, 전 집과 물건들에 대한 애정 이런 감정보다는 두려움, 무서움이 앞선다.

이사온 집은 꼭대기 층이라 저 멀리(아주 귀여운 사이즈의) 한강이 보인다.
충분히 좋은 집으로 이사왔지만, 이 뷰를 보면서 나는 '와 멋지다' 라는 생각보다는 '과연 저 강을 따라 살고있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돈이 뭔데. 인권보다 중요한 것이 뭔데. 라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의 나 ^^.. 정말 'Money does matter' 이다.
돈이 없는 나는인권이 처참히 밟혀지는 사람들을 구하지 못한다. 돈에 따라서 내 삶의 질이, 내가 받는 대우가, 내 인생 전체가 달라진다.

이 정체모를 두려움의 명확한 근원은 어디인가.. 생각해보면..
'더 좋은 집으로 가고싶다.' '한강이 전부 보이는 곳에 살고 싶다.' 라는 (어쩌면 무시하고 싶은?) 나의 조그만한 열망이 아닐까 싶다.
원한다. 그러나 과연 나는 간절한가. 내가 할 수 있을까. 나에게 그럴 자격이 있을까. 그만큼 똑똑할까.

나는 알고 있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는데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믿게 할 것이며 내가 나를 변화시키지 못하는데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변화시키기 쉬운건 나다. 그리고 간절하면 변한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문과에 갈 예정이였지만 별을 보는 천문동아리에 너무 들어가고 싶었다. 관련 지식이 하나도 없는 나는 내 스스로가 판단하기에 경쟁력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밤낮으로 천문 공부를 했고 내가 공부했던 10장 가략의 페이퍼들을 제출하며 차별성과 진심을 보여줬다. 새벽까지 떨어서 잠을 못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새벽까지 베개 밑에 휴대폰을 소중하게 두고 있었는데 합격 문자가 왔을 때의 짜릿함을 잊지 못한다. 5:1 정도로 과학동아리들 중에서 경쟁률이 치열했는데, 내 전략이 통했던 것이겠지..? 누군가 나에게 이유없이 천문 공부를 하라고 시켰으면 공부가 재미있었을까...? 간절하지 않았다면 내가 저 경쟁률을 뚫을 수 있었을까..? 나는 '진심으로 원했기 때문에' '누군가는 미친짓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즐겼기 때문에' 안되는 것을 되게 만들 수 있었다.

그 당시에도 주변에 "지선아.. 너 왜 그렇게 까지 해..?" 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 친구들은 내 간절함을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을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이전 초격차 글에서 썼듯이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라는 마인드로는 초격차를 낼 수 없다.
당시에 친구들에게 휩쓸려 '그러게 내가 왜 이러지? 또라이짓 그만하자' 라고 생각했다면 고등학교 내내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내 소중한 3년간의 동아리의 추억과 인맥이 없었겠지..?

이 글을 보는 친구들도
"왜 그렇게 까지 해..?" 라는 말을 듣는다면 본인이 임계점 돌파의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하하.
그러니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울산 시골 끝자락에서 한강이 어렴풋이 보이는 집까지는 아빠가 끌어왔다면 여기서부터 한강이 전부 보이는 집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내 몫이다. 이삿짐 정리가 끝나면 차분하게 계획을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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