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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는 것에 무뎌져간다는 것

Dearjisun 2022. 9. 11.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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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집을 다녀왔다.

덩쿨잔뜩 여름이다


어릴때부터 애써 외면 했던 순간이
넌 이제 어른이잖아! 견뎌낼 수 있잖아! 하며 순식간에 밀려오는 기분

더 이상 이 예쁜 집에는 우리 할머니가 살지 않으신다.

어릴때 나는 할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집에 돌아갈때마다 매번 설마 이번이 마지막일까 싶어 엉엉 울며 헤어졌다.
그래서 온 친척들한테 울보로 불렸다.
할머니가 아프시기 전까지 .. 고등학생때까지도 울었다

그런데 나도 어른이 되기는 했나보다.
어릴적에 나처럼 손발이 저릴때까지 울어지지 않는다.
영국에 가는데도. 2년동안 할머니를 못뵐지도 모르는데도 말이다.

귀여운 우리 할머니

그냥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손녀 결혼할때까지는 꼭 보고싶다고
노래노래하시던 할머니인데
결혼할때쯤 되면 정말 사무치게 그립지 않을까

많은 사연이 담긴 시계
하루는 내가 차고 있었던 시계를 보시더니
너무 예쁘다고 마음에 든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자리에서 선물로 드리고 나는 새걸로 사겠다고 했었다
할머니는 그래도 되는것이냐며 멋쩍어하셨지만
너무 좋아하셨던 것 같다
정말 병원에 가실때까지 절대 팔에서 빼놓지 않고 차고 다니셨다 줄이 너덜너덜해져서 한번 갈아드릴때까지

이번에 빈집 옷장속에 고이 있던 시계를 집으로 가져왔다.

나에게 유일하게 남은 할머니의 흔적이다.
영국에 갈때도 차고 평생 잃어버리지 않고 간직해야지.

울산에서의 많은 순간들이 정말정말 그리울 것이다
잊고싶을만큼 힘들어두 잊지 않을거다
정말로 행복했던 날들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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